따뜻하고 친절한 코스, 디자이너의 숨결
충남 태안해안국립공원 내에 자리잡고 있는 골든베이 골프&리조트(27홀)은 다양한 얼굴을 가졌다.
코스 설계자인 안니카 소렌스탐의 개성과 관계가 있다. 소렌스탐은 소녀시절 수줍음이 많았다 .
1등을 하면 관중 앞에서 상을 받고 소감을 말해야 하는데 그게 두려웠다고 말한다. 그래서 주니어 선수시절 우승을 앞에 두고 일부러 3퍼트를 해 2위를 하곤 했다.
그는 따뜻한 마음도 가졌다. 사인 한 번 안해주는 타이거 우즈와는 정반대로 팬들에게 친절했고, 경쟁자들을 배려했다.
골든베이의 밸리 코스에서 소렌스탐의 여서성을 느낄 수 있다. 3,621야드(3321미터)의 파 36인 이 코스는 계곡에 있다. 분지처럼 아늑하고 숲이 밸리 코스를 포근하게 안고 있다.
서해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밸리 코스를 괴롭히지 못한다. 밸리코스는 블랙티 기준으로 매우 길지만 화이트티 에서 거리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
1,2번 홀은 아주 편하다. 그러나 밸리 코스가 쉬운 여성은 아니다. 3번 홀부터 소렌스탐은 당신을 테스트할 것이다. 골든베이의 러프는 디 오픈 챔피언십이 열리는 스코틀랜드 링크스에서 최고 선수들을 롭혔던 바로 그 러프다.
여성적인 느낌이 드는 밸리 코스에는 물이 많다. 2번부터 7번 홀까지 물의 영향을 받는다. 워터해저드 공포증이 있는 골퍼에게는 어려운 코스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물은 고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생명의 원천이라고 생각하면 공을 물에 빠뜨리는 것이 두려울 이유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공은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
소렌스탐이 여성적이지만은 않다. LPGA 투어라는 전쟁터에 뛰어들고 나서 소렌스탐은 변했다. ‘NO FEAR’ (두려움이 없이) 라는 글을 모자 챙에 써넣고 앞만 보고 달렸다.
여자대회에서 1위를 하는것도 부담스러워했던 그는 남자대회라는 거대한 벽에도 도전했다. 성난 황소처럼 샌드백을 치고 하루에 팔굽혀펴기 1천개를 하면서 근육을 키웠다.
그때 소렌스탐은 웬만한 남자보다 어깨가 넓었다.
마운틴 코스에 서려면 산악 지형에 맞설 힘과 용기가 필요하다. 마운틴 코스는 블랙티 기준 3,545 야드, 화이트티 기준 3,019 야드다.
짧지만 실제로는 짧지 않다. 오르막 홀이 많은 데다 바람을 생각해야 한다. 서해에서 지령산 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거리에 대한 상식을 없애버린다.
강풍은 또 골든베이 리조트의 긴 러프를 더욱 무서운 존재로 만든다.
첫 두홀 티샷은 물을 건너야 하고, 3번 홀부터는 본격저그로 산으로 올라간다. 아침 해가 뜰 때 마운틴 코스에 서면 그 아름다움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림 같은 클럽 하우스와 광활한 갯벌이 한눈에 들어온다. 물이 빠지고 나면 갯벌엔 낙지와 바지락을 잡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낙지 채취는 라이선스가 필요한 독점사업이어서 수입이 쏠쏠하다고 한다.
다른 골프장에서는 코스 인근 주민들이 벌초 작업 등을 하는데 골든베이 골프장 인근 주민들은 낙지잡이 수입이 워낙 좋아서 골프장 일을 하지 않는다.
오션 코스는 골든베이의 보석이다
이전까지 한국의 바닷가 코스는 밋밋한 감이 있었다. 바다가 일부만 보이거나 염전 등을 개간해 만들어 땅이 너무 평평해서다.
골든베이 오션 코스는 이런 통념을 깼다. 산과 바다, 계곡의 지형이 멋드러지게 어우러진 한국형 링크스 코스다.
첫 홀부터 바다가 보인다. 2번 홀이 가장 아름답다. 두번째 홀의 그린은 바다위에 떠 있는 느낌이 난다.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핀 너머 가의도가 보이고 오른쪽에는 통개항의 어선들이 수채화처럼 펼쳐져 있다.
옅은 안개가 낀 바다를 향해 티샷을 하면 신선이 되어 골프를 차는 느낌이 든다.
클럽하우스와 골프텔은 이탈리아 북부인 투스카니 지역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 해외스포츠중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