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톱 스포츠 에이전트는 과연 얼마나 벌까?

세계 톱 스포츠 에이전트는 과연 얼마나 벌까?

스포츠 에이전트 수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은 프로 선수의 연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는 1990년대 초반부터다. 1992년에 에이전트 자격증을 가지고 NFL에서 활약한 스포츠 에이전트의 수는 423명이었으나, 2002년에는 그 수가 1,100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 수는 점차 줄어 2012년 18714명, 2013년 약 8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NFL은 3년 동안 NFL 선수 중 한 명의 고객도 유치하지 못한 에이전트는 자격을 박탈해 에이전트 시장의 포화를 방지하고자 했지만, 그 대가로 20/80이라는 새로운 법칙이 생겨났다. 그것은 바로 20퍼센트의 대형 에이전트(에이전시)가 선수의 80퍼센트 이상을 고객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새로 진출하는 새내기 에이전트의 입지가 좁아졌을 뿐만 아니라 결국 일종의 ‘그들만의 리그’ 형태로 시장이 변형되었다. 정상급 선수를 대리하는 특급 에이전트는 톱 에이전시와 3~5년 동안 계약을 맺고 계약이 끝날 때마다 에이전시를 옮겨 다니면서 몸값을 높이는 경향도 생겨났다.

2015년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 』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에이전시 47개를 선정했다. 전 세계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총 계약 금액은 376억 달러에 이르고, 커미션으로 가져가는 금액은 약 18억 5,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에이전시인 크리에이티브 아티스츠 에이전시는 선수 계약 규모만 약 64억 달러에 이르고, 수수료로 받은 금액만 약 2억 6,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NFL의 에이전트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트리오 에이전트인 지미 섹스턴, 톰 콘던, 벤 도그라는 총 26억 달러에 이르는 계약을 체결해 NFL에서 선두를 달렸다. 박찬호 선수의 에이전트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콧 보라스가 세운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크리에이티브 아티스츠 에이전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총 17억 달러의 커미션 수입을 올렸다. 이로 인해 스콧 보라스는 2015년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에이전트가 되기도 했다.” 이 외에 레알 마드리드 축구 스타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계약을 체결한 포르투갈의 축구 에이전시인 제스티푸트를 이끌고 있는 조르즈 멘데스가 호날두 선수의 계약금인 2,600만 달러를 포함해 총 10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이끌어 축구 분야에서는 손꼽히는 에이전트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세계 톱 스포츠 에이전트의 특징

『포브스』가 선정한 톱 50위 에이전트 리스트를 보면 명확한 특징 하나가 보인다.”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고 관리하는 것보다 한 가지 종목에만 주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이나 제스티푸트 인터내셔널처럼, 한 에이전시가 하나의 종목을 전담하는 경우도 있지만, 몇몇 다른 에이전시는 여러 종목을 담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 아티스츠 에이전시는 풋볼, 하키, 농구, 야구 등의 종목을, 옥타곤 에이전시는 야구, 하키 등을 다루고 있다. 톱 50위 내 에이전트를 가장 많이 보유한 에이전시는 크리에이티브 아티스츠 에이전시가 9명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고, 그 뒤로 엑셀 스포츠 매니지먼트가 4명, 옥타곤 에이전시가 3명, 라가데르 언리미티드가 2명으로 뒤를 이었다. 종목별로는 야구가 11명으로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고 풋볼이 10명, 농구 8명, 하키 8명, 축구 7명, 골프 2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에이전트의 파워 랭킹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에이전트의 고객으로 있는 선수의 총 연봉으로 순위를 정할 수 있다. 두 번째, 선수의 연봉 계약 시 에이전트가 받는 수수료로 순위를 정할 수 있다. NFL 선수인 경우, NFL 선수협에서는 에이전트가 가져갈 수 있는 수수료를 최대 3퍼센트로 제한했다. NFL뿐만 아니라 NBA와 NHL은 에이전트가 받는 수수료를 최대 4퍼센트, MLB는 최대 5퍼센트로 제한하고 있다. FIFA는 축구 선수 수입의 최대 10퍼센트 내에서 에이전트가 수수료를 챙길 수 있게 했다. 한편 선수와 에이전트의 또 하나의 수입원인 후원 업체 광고 수입의 경우, 일반적으로 총 후원사 수입의 약 15~20퍼센트를 에이전트가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브스』는 선수들이 광고 후원과 인도스먼트사에게 받는 수입은 전체 수입의 약 1~2퍼센트를 차지하고, 에이전트는 연봉을 포함한 선수의 총수입에서 약 20~25퍼센트를 가져간다고 밝혔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세계 10위 안에 드는 슈퍼 에이전시 중 5개 업체가 특정 종목의 스포츠만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시였다는 점이다. 총 47개의 에이전시 중 2종목 이상의 선수를 관리하는 업체 수는 10개인 반면 대부분의 에이전시는 한 종목 선수만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프로 스포츠는 에이전트가 활성화되지 않은 만큼 관련 규정이 없는 종목도 있지만, 해당 스포츠 관련 국제기관의 규정을 준수하는 종목도 있다. 야구에는 아직 에이전트 중개 수수료에 관한 규정이 없다. 게다가 축구 시장에 비하면 에이전트의 활동 폭이 좁고, 외국인 선수의 영입을 국내 에이전트가 주도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외 리그나 타 종목을 참고해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야구보다 대리인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는 축구 시장에서는 수수료가 3~10퍼센트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축구에서는 선수 대리인이 아닌 협상 중개인으로서 수수료를 받는다(스포츠 종목마다 에이전트를 칭하는 용어는 에이전트, 대리인, 중개인 등 서로 다르지만 이들의 역할은 별반 차이가 없다). FIFA 규정 7조에 의거해 중개인의 보수 수준도 설정되었는데, 계약 체결을 위해 중개 업무를 한 경우 계약 전체 기간에 해당하는 선수의 기본 급여에서 3퍼센트를 받게 된다. 선수의 이적 체결을 위해 고용한 경우 이적료의 3퍼센트를 받는다. 남자 배구는 에이전트 수수료를 기존의 10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상향 조정(선수 지명 구단 부담)해 우수 선수를 확보하기 위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여자 배구는 선수 연봉의 10퍼센트). 최종 초청 선수 24명 중 가장 많은 선수를 확보한 에이전트에게는 별도의 인센티브(연맹 부담)를 최대 5퍼센트까지 지급한다. 프로 배구와 달리 프로 농구에서는 아직 에이전트 중개 수수료에 관한 규정이 없다.

선수의 연봉이 급격히 올라가는 이유는 단순히 선수의 시장가치가 올랐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리그의 전체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북미 리그의 경우 단체 교섭권을 가진 선수협의회와 구단주로 이루어진 리그운영위원회가 선수와 구단을 대표해 단체 협상 합의 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를 한다. 이 과정에서 리그 전체의 수익을 구단주들과 선수들이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선수들의 연봉을 상승시킨 주요 요인 중 하나다.

2016년에는 미국 프로 농구인 NBA에서 자유 선수의 이적이 큰 화제가 되었다. 그 이유는 이들의 연봉 계약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엄청난 규모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NBA는 ESPN과 터너 방송사와 9년 동안 240억 달러(약 26조 4,000억 원)에 이르는 초대형 방송계약을 체결했다. NBA 선수협과 리그운영위원회에서 규정한 대로 리그 전체 수입에서 구단에 공평하게 지급되고, 구단 전체 수입의 일정 비율은 선수 연봉으로 지출되어야 하는데 이런 규정으로 혜택을 보는 것은 정상급 선수들뿐이다. 특히 2016년 자유 계약 선수에게만 지불한 연봉의 총액이 350억 달러(약 3조 8,500억 원)에 이르고, 구단이 선수 연봉으로 지급해야 할 총 예산이 2015년 7,000만 달러(770억 원)에서 2016년 9,400만 달러(약 1,000억 원)로 높아져 선수들에게 2,400만 달러(264억 원)의 추가 예산이 생겨났다. 결국 ‘미디어 대박’의 직접적인 혜택을 본 것은 정상급 FA 선수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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